오함마 가져와야 쓰것다
지난 달에 X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한 스트리머가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의 브리핑 생중계를 보며 월드컵 결승전을 보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환호하고 있었다.

그는 칼시(Kalshi)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캐럴라인 레빗이 다음 브리핑에서 무슨 단어를 언급할까?” 라는 베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China’라는 단어에 큰 돈을 걸었고, 실제로 그녀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큰 수익을 확정했다. 아마 이날 대변인이 중국에 대한 입장 발표를 생략했다면 이 스트리머는 다른 단어로 헤징을 시도하지 않은 이상 큰 돈을 잃었을 것이다.
브리핑은 주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베팅 역시 계속 열리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캐럴라인 레빗의 브리핑에 걸린 금액은 562,600달러였다. 의도치 않았겠으나, 백악관 대변인에게는 매 브리핑마다 56만 달러짜리 오함마가 쥐어진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칼시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의 일종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걸고 미래를 예측하는 플랫폼이었다. 폴리마켓(Polymarket)이라는 곳도 있는데, 여기도 유명한 예측 시장 사이트라고 한다.

칼시, 폴리마켓에는 온갖 질문들이 올라온다. 선거, 스포츠 경기 결과처럼 예로부터 세계인의 지갑을 털어간 주제부터 특정 금융 상품의 미래 가격, 일론 머스크의 주간 트윗 개수, 제미나이의 새 모델 출시일까지. 정치, 경제, 사회, 테크 분야를 망라하여 현재 시점에 확정할 수 없는 문제라면 뭐든 베팅 상품이 되어 거래된다. 브리핑 단어 맞추기에 걸린 돈은 약과고 몇 백억 원이 걸린 굵직한 질문들도 많다.
예측 시장의 지적(?) 뿌리
무릎을 치게 된다.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예측 시장에 뛰어드는 것인지 궁금해서 폴리마켓의 대표인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의 인터뷰들을 찾아보았다.

그의 인터뷰를 보니 폴리마켓에서는 자기가 선호하는 것에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맞을 것 같은 것에 예측하는 게 핵심이다. 누구나 공짜로 참여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내 돈을 걸어야만 참여할 수 있는 베팅이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에 돈을 건다면, 그 돈의 크기만큼 자기 말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폴리마켓에서는 해당 포지션을 증권처럼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그 포지션에 대한 집단의 확신이 올라갈 수록 그 포지션을 구매하는 비용이 올라간다.
그는 이러한 구조의 예측 시장의 지적 뿌리로 하이에크(Hayek)를 인용한다. 2024년 11월 CNBC Squawk Box 인터뷰1에서 셰인 코플란은 그를 “진정한 사상적 리더이자 개척자"라고 언급했다.
가격은 분산된 지식을 집계한다
하이에크는 어떤 중앙 기관도 사회 전체에 흩어진 지식을 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2.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암묵지(tacit knowledge)인데 현장에서만 알 수 있고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은 한 데 모으기 어렵지만, 가격은 이를 집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정유사는 원유 매장량을, 운송 회사는 수요를, 지질학자는 채굴 비용, 로비스트는 국제 정치를 안다. 이 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어렵지만 석유 가격이 오르면, 중동 정세나 셰일 생산량을 몰라도 석유가 귀해졌다는 정보를 얻는다. 소비자는 아끼고, 생산자는 더 캐려 하고, 대체 에너지 투자는 늘어난다.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숫자가 수백만 명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이다.
예측 시장은 이 메커니즘을 확률 추정에 적용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베팅이 열린다면
| 계약 | 가격 |
|---|---|
| “정치인 A가 당선된다” | 0.55달러 |
| “정치인 A가 당선되지 않는다” | 0.45달러 |
| 합계 | 1달러 |
이 플랫폼에서는 0.55달러라는 가격을 시장이 A의 당선 확률을 55%로 본다고 해석한다. 여론조사 분석가, 경합주 주민, 정치 내부자, 경제학자 등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 돈을 걸면서 이 가격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이 정유사, 운송 회사, 지질학자의 분산된 지식을 집계하듯, 예측 시장의 가격은 참여자들의 분산된 판단을 집계한다는 전략이 예측 시장의 지적 기반이다. (하지만 석유 시장의 가격과 예측 시장의 가격이 정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 드는데 뒤에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베팅에서 시장으로
사람들은 무언가를 예측하고 거기에 돈을 거는 행위를 오랜 시간 해왔다. 1800년대부터 월스트리트에서는 대통령 선거 베팅을 공공연하게 해왔으며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 결과, 노벨상 수상자 등을 베팅할 수 있는 나라별로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백악관 브리핑의 단어 하나까지 베팅 대상이 되는 세상이 왔고, 글 서두에 소개한 스트리머처럼 예측 시장에서 전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셰인 코플란은 20대에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유구한 역사의 베팅은 어떻게 시장이 되어 폭발했을까?
CNBC Squawk Box 인터뷰, 2024년 11월. https://www.youtube.com/watch?v=cnzI_aMm_9c ↩︎
Hayek, F. A.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American Economic Review, 1945. https://www.jstor.org/stable/18093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