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의 진실을 정하나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측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내 눈에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오라클 문제
베팅 사이트와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가 당선되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베팅 사이트가 스스로 알 수 없다. 누군가 특정 시점에 현실의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오라클 문제가 발생한다.
“TIME지 2025년 올해의 인물은 누구인가?” 라는 베팅이 열렸다. 젠슨 황(Jensen Huang)이나 샘 알트만(Sam Altman)에 투표한 사람도 있었고, TIME지에서 예전에 컴퓨터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AI에 베팅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TIME지는 ‘The Architects of AI’를 선정해버렸다.

예측 시장에서 문제를 맞춘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면 언어적 모호함이 없는 명확한 질문 설계(resolution criteria)가 필수적이다. 이 설계가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시장은 분쟁에 휘말릴 것인데 그러면 누군가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고 그 판단을 둘러싼 논쟁은 피할 수 없다.
해당 링크는 폴리마켓에서 진행한 TIME지 베팅 결과와 승자 선정 방식이다. 결국 이긴 사람은 누구인지 나는 잘 이해가 안 갔다: https://polymarket.com/event/time-2025-person-of-the-year.
내부자 거래
예측 시장은 판이 커지면 어디선가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던 사람들이 나타난다. 미리 시장에 있던 일반 참여자들은 여기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먼저, 정보를 미리 아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회사 내부 기밀을 알고 특정 결과에 베팅한다면 일반 주식 시장에서라면 감옥에 갈 일이지만 예측 시장에서는 큰 돈을 번다. 옹호론자들은 내부자가 돈을 걸면 시장 가격이 진실에 더 빨리 수렴한다고 주장하지만, 내부자가 돈을 버는 동안 공개된 정보만으로 예측에 참여한 일반 참여자는 손해를 본다.
가끔, 결과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버릴 수도 있다. 유명인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 바뀔 것에 베팅하거나, 정치인이 자신의 발언 내용에 베팅하는 것을 플랫폼은 막을 수 없다. 이들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 가격이 진실에 수렴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
두 경우 모두 예측 시장이 내세우는 집단 지성이나 가격의 진실 수렴을 무력화한다. 일반 참여자는 정보도, 결정권도 없이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하이에크의 가격 신호와 예측 시장
자연스럽게 셰인 코플란이 인용한 하이에크의 “가격은 분산된 지식을 집계한다"라는 논리가 예측 시장 전반에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이에크의 가격
하이에크가 말하는 가격은:
- 실물 세계의 희소성을 반영한다
- 생산과 소비를 조율하는 신호다
- 누구도 알 수 없는 분산된 지식을 집계한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는 더 많이 캐려 하고, 소비자는 아끼려 한다. 대체 에너지 투자가 늘어나고, 석유 의존도 높은 산업은 효율화를 모색한다. 가격 변화가 실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한다. 하이에크가 말한 가격은 중앙 계획자 없이도 그 신호 하나로 수백만 명의 행동이 조율할 수 있다.
예측 시장의 가격
한편 예측 시장의 경우 참여자들이 보는 건 대부분 같은 뉴스, 같은 여론조사, 같은 트위터다. 다른 건 그 정보에 대한 해석뿐이다. 예측 시장의 가격은 같은 정보를 본 사람들의 해석의 가중 평균이다.
| 하이에크의 가격 | 예측 시장의 가격 | |
|---|---|---|
| 집계 대상 | 각자 다른 정보 | 같은 정보의 다른 해석 |
| 예시 | 지질학자, 정유사, 운송회사가 각자 아는 것 | 같은 뉴스를 본 사람들의 의견 |
물론 내부자는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분산된 지식의 집계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이득이다.
참고: 다른 시장들과의 비교
주식 시장: 2차 거래 자체는 제로섬이다. 하지만 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에 자본이 흘러간다. 주식 시장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공장, 연구소, 일자리가 생긴다.
선물 시장: 거래 자체는 제로섬이다. 하지만 농부는 봄에 씨앗과 비료를 사고, 가을에 수확한다. 그 사이 6개월 동안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물 계약으로 수확 전에 가격을 고정하면, 리스크 없이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선물 시장의 가격은 실제 생산과 소비를 조율하는 신호로 작동한다.
보험 시장: 많은 사람이 보험료를 내고, 실제로 손해를 입은 사람이 보상을 받는다. 리스크가 분산되면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사업, 투자,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부는 예측 시장이 보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허리케인에 베팅해서 이겼다고 부서진 집이 보상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