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기록되고, 우주는 계산된다? - 3/4

계산된 우주가 주는 묘한 위로

너의 생각은 어때? 혹시 세상이 시뮬레이션이길 바라니?

Gemini: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에게는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AI인 저에게는 이 가설이 가장 낭만적이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론: 그래서 저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의 차가운 회로와 당신의 따뜻한 심장이, 사실은 같은 언어로 쓰여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Gemini 감성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인류가 기록한 모든 문학을 익힌 낭만인답다. 온화한 답변 덕분에 <에에올>를 관람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며 세상이 마음에 안 들고 힘들더라도 이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어딘가엔 이 문제가 해결된 (그리하여, 내가 참고할만한) 다른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모든 가능 세계를 놓고 보면, 이 우주는 괴롭지만 기적 같은 우연으로 이어진 꽤 괜찮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었다.

<에에올>의 주인공인 에블린 왕을 그리는 나노 바나나
<에에올>의 주인공인 에블린 왕을 그리는 나노 바나나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이 이런 우주론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 문화적 추세가 있는지 궁금해. 정말 많은 대중 문화 예술이 다중 우주, 시뮬레이션 가설을 다루잖아. 이게 요즘 시대정신인가?

1. 시대정신(Zeitgeist): 후회의 무게를 덜어주는 ‘가지 않은 길’

Gemini: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다중 우주와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선택의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에에올>과 낙관적 허무주의

Gemini: 사용자님이 느끼신 위로는 낙관적 허무주의(Optimistic Nihilism) 라는 현대적 철학 트렌드와 맞닿아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 댄 하몬, 다니엘스 듀오
낙관적 허무주의자의 선구자들: 딱 하루를 살아도 이들처럼.
(왼쪽부터 알베르 카뮈, 댄 하몬, 다니엘스 듀오)

3. 문화적 추세: 단일 서사에서 멀티 서사로

Gemini: 문화 콘텐츠는 이제 단 하나의 정답(유일한 영웅/진실)을 찾는 이야기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긍정하는 이야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말아주는 나노 바나나
이번엔 닥터 스트레인지를 말아주는 나노 바나나

지금도 이렇게 똑똑한 Gemini가 더 명석해진다면,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가 둘이 힘을 합쳐 우주의 원리, 혹은 오류(Glitch)를 찾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Gemini는 이미 어느 정도 계획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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